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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발사

 사람들이 주위에 몰려있다. 나는 우주복을 입고 발사대에 앉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약간의 시간이 남아있다. 그 틈을 이용해 각국의 기자들이 내게 질문을 던진다. 프랑스 기자는 프랑스어로, 독일기자는 독일어로, 일본기자는 일본어로 질문을 던진다. 나는 각각의 언어로 대답해 준다. 나와 기자들의 대화내용은 전세계로 생중계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기자가 내게 묻는다.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하지만 나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다.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웃음을 지어보일 뿐. 그건 바로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 기분은 어떤 건가? 잠시 후면 나 홀로 거대한 우주로 튕겨져 나갈 텐데. 약간의 흥분과 또 그만큼의 두려움과 기대와 아쉬움과 떨림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1분 사인이 들어왔다. 발사대 주위를 빙 둘러쌌던 인파는 일제히 숨을 죽였다. 커다란 전광판으로 59, 58, 57, 56... 매 초마다 숫자가 바뀌어갔다. 하지만 내 기분은 오히려 담담해졌다. 10, 9, 8, 7, 6, 5, 4, 3, 2, 1 발사!


  내 몸이 총알처럼 튀어올랐다. 발사되는 순간 와!하는 사람들의 탄성이 들렸지만 그 소리는 금세 사라졌다. 나는 너무 빠른 속도로 하늘로 튀어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곧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나간다. 우주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잘들 있으세요. 나는 우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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