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해도 공허하긴 마찬가지다. 산책도, 운동도, 독서도, 영화도 모두 공허한 놀이일 뿐이다. 특히 오후 시간대에 나는 크나큰 공허함을 느낀다. 집안에 쳐박혀 있는 건 더 더욱 싫어한다. 특히 낮시간에.
낮시간엔 무조건 밖으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조여오는 공허함을 피할 순 없다. 공허하다. 공허함이 붙들고 옥죄어 온다.
소비적인 놀이는 언제나 공허함을 불러올 게 뻔하다. 뭔가 생산적인 놀이. 그런 것을 찾아야 한다. 늦어도 이 년 후에는 새로운 직업을 찾을 생각이니까 그것과 관계된 것이면 더욱 좋다. 지금 내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놀이는 과연 무엇일까.
내일은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냥 고교 동창일 뿐이며 연락하며 지낸 사이도 아니다. 그저 우연히 지난 번에 만났을 때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사이인 것이다. 그런데 다른 친구가 간다기에 그냥 가볼 생각이다. '안 가도 되지만 굳이 가보는 결혼식' 가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물론 예식은 안 볼 생각이다. 샘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