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순간순간 우울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기분이 들 때 꼭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듯이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인정하고 순응하면 그것은 별탈없이 지나가기 마련이다.
언제까지 즐겁지도 않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지 생각해 본다. 아무리 이 일을 지속한다 해도 사십대 초반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다. 그 나이가 되면 누군가 은퇴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일의 특성상 그때가 적당한 은퇴시기가 될 것이다.
그 전에 다른 일, 다른 삶을 찾고 싶다. 똑같은 삶은 너무 지겹다.
생각해 보면 나는 한번도 내 인생지도를 자세하게 그려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나는 왜 허공 속에서만 살았을까. 후회라기 보단 절망의 호소에 가깝다. 지금이라도 붓을 들고 앞으로의 인생을 그려야 되지 않을까. 이제 겨우 붓자루를 쥐려는 늙은 나.
우선은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한 단어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호명할 언어가 있어야 좀 더 생생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혁명에는 구호가 필요하듯이 인생에도 혁명적 언어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내 인생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고민해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