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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내가 만약 매미로 태어났다면 지금쯤 어떤 나무껍질에 붙어서 울고 있겠지.

내가 만약 벌레로 태어났다면 지금쯤 어딘가를 열심히 기어가고 있겠지. 

하지만 나는 나로 태어났기 때문에 조명을 어둡게 한 방안에 앉아 무거운 눈꺼플을 느끼고 있다.

아마 내게 주어진 인류로서의 임무가 있을 것이다.

내 무의식 속에 매뉴얼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매뉴얼대로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혹은 고장났을 지도 모른다.

고장나고 싶은 기계는 없지만 기계들은 고장나기 마련이다.

인류의 수가 점점 늘어갈수록 불량품의 빈도수도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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