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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래 그랬다

 나는 원래부터 그랬다. 

 오랜만에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그 증거가 명백하게 드러났다. 나는 지독히도 말이 없는 편인데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그 특성은 그대로 나타난다. 때문에 나는 이곳 저곳에서 대화가 오고 가도 외딴섬처럼 우두커니 자리만 지킬 뿐이다. 특별히 누군가 내게 말을 걸지도 않고 나 역시도 딱히 말을 걸지 않는다. 나는 그냥 듣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원래부터 그랬다. 듣고 관찰하는 건 좋아하지만 나서거나 말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조금만 알고 지낸 사람이라면 이런 나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듯 대화에서 나의 자리를 마련해 놓지는 않는다. 보통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두 세 명의 이야기 그룹이 만들어지게 마련인데 거의 대부분 나는 거기에 끼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문제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관찰자적인 이런 태도를 별로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냥 이 상태가 편안하고 좋은 것 같다. 그들의 대화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점도 있다. 뭔가 비현실적이고 나와는 동떨어져 있는 얘기들 같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시선에 비친 내 모습은 내가 비춰지고 싶은 모습과는 전혀 딴판일 것이다. 이럴 땐 조금 고민이 되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야 하나 아니면 내 본성에 충실해야 하나. 

 어쨌든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남들에게 멋있어 보이기는 글러먹은 인간이다. 본성 그대로를 인정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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