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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가 달린다 아주 오래 전 어느 날 주인을 알 수 없는 스쿠터 한 대가 공터 구석에 세워졌다. 그날 이후로 스쿠터는 공터의 일부가 되었다. 스쿠터는 공터의 벤치와 마찬가지로 비가 오면 비를 맞았고, 눈이 오면 눈을 맞았고, 바람이 불면 어딘가 앓는 소리를 냈다. 가끔은 불량끼 있는 동네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해소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낡을대로 낡아 있던 스쿠터는 당장 폐차시켜도 될 만큼 엉망이 되고 말았다. 헤드라이트는 부서져 밖으로 튀어나왔고, 안장은 예리한 칼로 갈기갈기 찢겨졌다. 타이어는 펑크가나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누가 보더라도 흉물 그자체였다. 그 누구도 저 스쿠터가 다시 부릉부릉하는 엔진 소리를 내며 아스팔트 위를 달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스쿠터는 이제 스쿠터로 추정되는 고물 ..
전쟁 밤은 여름을 몰아내려고 하고, 낮은 여름을 끝끝내 놓지 않으려 한다 2009년 전국을 강타한 서스펜스 어드벤처 스펙타클 미러클 스릴러 액션! 거리에선 낙엽 융단 폭탄이 흩날리고, 코스모스 지뢰가 찬란히 터지는 날 마침내 끝나버릴 전쟁 (한 마디로 밤엔 춥고, 낮에 덥다는 얘기^^)
위대한 아버지 우리는 강주변에 텐트를 쳐놓고 야영을 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텐트 안에 들어갔을 때는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잘 왔다. 낮에 차를 타고 오래 이동했고 오랜만에 몸을 많이 움직여서 피곤했던 모양이다. 옆에서 흐르는 강물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쉽게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새벽 두 시쯤 되었을까. 밖에서 우리가 잠든 텐트를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텐트 밖으로 나가보니 강물이 텐트 바로 앞까지 불어나 있었다. 사방이 강물로 가로막혀 옴짝달싹 못할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우리는 당장 관계당국에 신고를 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구조대가 도착할 것이리라. "안 되겠어. 이대로 기다리다간 큰 일나겠어." "그럼, 어떡하지?" "각자 애들을 깨우고 헤엄쳐 가야겠어." "뭍까지 헤엄치기엔 너무 ..
우아함에 대해 잔잔한 물 위에 떠있는 백조의 모습은 너무나 우아해 보인다. 그의 흰 깃털에 한 줄기 햇볕이라도 비추면 어디선가 은은한 하프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신비롭기까지 하다. 물론 백조가 그렇게 우아함을 뽐내고 있는 사이 물 아래 담긴 발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이미지 실추 정도로는 백조의 우아함에 전혀 흠집을 내지 못한다. 물 아래 발이 아무리 재빠르게 움직인다 해도 물 위에서의 백조는 충분히 우아할 만큼의 여유를 가졌기 때문이다. 거지는 우아하게 밥을 먹지 않는다.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다. 때문에 먹는다는 표현보다는 음식을 입속으로 집어넣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거지에겐 우아해야 할 여유가 없다. 거지에겐 늘 음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음식이 있다면 부지런히 뱃속..
나무의 스트레스 나무는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잠들고 싶어도 가로등 불빛이 너무 밝아 도무지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나무는 늘 귀를 닫고 싶고, 눈과 입을 막고 싶다.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와 매케한 매연은 귀를 혼란에 빠트리고 눈과 입을 따갑게 한다. 사람이라면 미쳐도 이미 단단히 미쳤을 것이다. 새벽이 되어서도 나무는 잠들 수가 없다. 오늘도 누군가 나무의 발밑에 뜨끈미지근한 구토를 해놓고 사라졌다. "참 나 드러워서..." 나무는 하루 하루 그렇게 화를 꾹꾹 눌러 참으며 살았다. 발로 차는 사람, 가지를 꺾는 사람 모두 다 참아냈다. 심지어는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 없이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 적도 있었다. 이사는 나무를 굉장히 지치고 목마르게 하는 일이었다. 어느 날 나무는 깊은 생..
대화 여 : 나와, 영화보여 줘. 남 : 안 돼. 여 : 왜? 남 : 입을 팬티가 없어. 여 : 팬티 안 봐, 나와. 남 : 안 돼. 여 : 왜? 남 : 신을 양말이 없어. 여 : 뒤집어 신어, 나와. 남 : 안 돼. 여 : 왜? 남 : 나는 심장이 없어. 여 : 오늘도 뻔한 거짓말을 해. 합창 : 그냥 웃지. 그냥 웃지. 그런데 사람들이 왜 우냐고 물어~♬
이민정의 입대축하 CF ---------------------------------------------------------------------------------------------------------------------------------------------------------------------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CF다. 입영통지서를 받은 한 남학생에게 과친구들이 모여 케익에 촛불까지 켜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군대가면 '개고생'이라는데 "어떻게 위로는 못 해줄 망정 축하를 해주냐"는 것이 비난의 주된 이유다. 나도 이 광고를 처음 접했을 때 다른 네티즌들과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었다. 내 기억으로도 군대는 인생 중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즉각적이고도 단편적인 ..
좋아해요 "좋아해요." "저두요."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그럼, 모두 우렁된장찌게로 통일 시킵니다." "네, 좋아요." * 전체에서 부분을 잘라내면 이렇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