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107)
주사바늘의 위협 처음에 우리들은 대부분 총명하고 상상력이 매우 뛰어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의 총명함은 점차 흐릿해졌고 상상력은 금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건 아마 학교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매년 우리리에게 이상한 약을 주입했다. 그 약을 주입하는 데는 한 명의 열외도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는 두 눈을 꼭 감고 머릿속으로는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들을 생각하며 주사를 맞곤 했다. 개중에는 떨리는 목소리로 "안 아프게 놔주세요"라고 불쌍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눈가에 맺히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한 해, 한 해 몸속으로 약이 주입될수록 우리의 정신은 점차 몽롱해지고 무감각해져 갔다. 그 약의 덕분이었을까. 마침내 우리는 사회에 순종할..
고양이와 비
미술관 옆 동물원 "저기요."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의 한 쪽을 빼면서 여자가 내게 물었다. 그 여자는 내 맞은편에서 걸어오다 마침내 나와의 거리가 좁혀지자 말을 건 것이다. 왜 그러는 걸까. 아주 잠시 후면 그 여자가 나를 부른 이유가 밝혀질 텐데 왠지 나는 조바심이 생겨 물었다. "네, 왜 그러시죠?" 입에서 이 말이 튀어나오자 조바심은 더욱 커졌다. 정말 왜 그러는 걸까. 길을 물으려는 걸까. 혹시 도를 아느냐고 묻는 건 아니겠지. 진득하니 일 초만 기다린다면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텐데도 나는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올 다음 말이 몹시 궁금했다. 그러는 사이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혹시 XX미술관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나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도서관을 ..
기분을 위한 레시피 딱딱하게 굳은 기분이 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 딱딱하게 굳은 기분을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까. 아하. 갑자기 머릿속의 알전구에 불이 들어온다. 나는 우선 빨래집게를 이용해 기분을 빨래줄에 건다. 그런 다음 몽둥이로 기분을 살살 두드린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딱딱하게 굳은 기분에서 우두둑 우두둑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물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원래 기분은 말랑말랑한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쉽게 부러지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약간의 유연함. 그렇다. 지금 이 작업은 굳어진 기분에 약간의 유연함을 주기 위한 작업이다. 조금 부드러워진 기분은 저녁 햇살이 비치는 곳에 놓아 둔다. 그리고 오디오에서 음악을 꺼내 채를 썬 다음 살살살살 기분 위에 뿌린다. 그러면 가루처럼 흩어지는 음악은 기..
큐피트의 화살 만약 당신이 좀처럼 사랑에 빠지지 않는 스타일이라면 당신의 동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이 가진 동선의 특징 때문에 어쩌면 당신은 사랑을 놓쳐버린 게 한 두 번이 아닐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잘 알고 있다시피 큐피트는 명사수가 아니다. 큐피트는 윌리엄 텔처럼 활시위를 힘껏 당겨 눈으로 뚫어지게 목표물을 응시한 다음 비로소 활시위를 놓는 것은 아니다. 큐피트는 전혀 힘들이지 않고 활시위를 당긴 다음 대충 목표다 싶은 곳을 향해 활을 쏜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동선이 조금만 어긋나도 큐피트의 화살은 당신을 외면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번 돌이켜 보라. 당신에게 화살이 스친 적이 있는 지를. 어쩌면 당신은 여러 번이나 큐피트의 화살을 무의식적으로 피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큐피트는 게으르기..
iPhone Ocarina 휴대폰=악기인 시대에 살고 있구나. *_*
양지의 시(詩)
요리는 과학이다 요리는 철저하게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재료의 상태와 양념, 물의 양, 불의 세기 등이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맛있는 요리가 탄생되기 때문이다. 물을 너무 많이 넣거나 양념을 적게 넣으면 싱겁게 되고, 불을 너무 세게 틀면 타거나 음식이 너무 익어버릴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어머니들은 중세의 연금술사들 처럼 굉장히 계산적이고 과학적인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노벨 과학상을 드려야 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