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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익은 가을, 설익은 농담 농익은 가을. 설익은 가을. 가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왜 가을하면 떠오르는 것을 생각해야 되는 거죠? 그야 가을이니까요. 아, 그렇군요. 가을이니까 가을하면 떠오르는 것을 생각해야 되는 군요. 혹시 당신 농담 같은 것 할 줄 아세요. 아뇨. 농담은 돌잔치 이후 해본 적이 없어요. 대신 썰렁한 얘기는 좀 해요. 그 어떤 재밌는 얘기들도 저를 거치면 논문처럼 딱딱해지죠. 그래요? 그것도 재주인 것 같은데요. 아, 재주요. 저는 방금 제주라고 하신 줄 알았어요. 제주도에는 사과가 많지요? 제주도에는 사과보다 귤이 더 많지 않나요? 맞아요. 제가 귤을 얘기하려고 했어요. 귤은 좀 좋아하거든요. 귤은 겨울에 주로 많이 먹죠. 그러게요. 귤은 왜 겨울에 많이들 먹을까요? 겨울에 귤이 더 많이 나는 것은 아닐 텐데..
그 일 1. 어렸을 때는 개구쟁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이 사실이 믿기 힘든 모양이다. 나처럼 젠틀하고(?) 지적인(??) 사람과 개구쟁이는 잘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주 내게 묻는다. "아니, 그럼 어쩌다 성격이 그렇게 변한 거예요?"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한 소녀를 알게 되면서 부터였죠..."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자꾸 그 말을 하다보니 '정말 한 소녀를 안 후부터 내 성격이 변해버린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어쨌든 사람들도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다만 얼렁뚱땅 대충 넘어가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사실 나는 내 성격이 변한 이유를 알고 있다. 바로 그 일이 있은 후였기 때문이다. 그 일은 여름방학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어느 ..
우주발사 사람들이 주위에 몰려있다. 나는 우주복을 입고 발사대에 앉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약간의 시간이 남아있다. 그 틈을 이용해 각국의 기자들이 내게 질문을 던진다. 프랑스 기자는 프랑스어로, 독일기자는 독일어로, 일본기자는 일본어로 질문을 던진다. 나는 각각의 언어로 대답해 준다. 나와 기자들의 대화내용은 전세계로 생중계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기자가 내게 묻는다.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하지만 나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다.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웃음을 지어보일 뿐. 그건 바로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 기분은 어떤 건가? 잠시 후면 나 홀로 거대한 우주로 튕겨져 나갈 텐데. 약간의 흥분과 또 그만큼의 두려움과 기대와 아쉬움과 떨림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