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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中

부자유스러운 몸이 되면 될수록 한결 자신이 강해지는 것을 느낀다. 어둠 속에서, 또는 어둠을 통하여 자신이 태양이 되고, 그 둘레를 이 천사가 돌고 있다. 이에 비할 행복은 아무데도 없다. 인생 최고의 행복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다. 자기라는 사람이 사랑받고 있다는, 다시 말해서 자기가 무엇이든 간에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다. 그러한 확신은 눈먼 사람의 특권이다. 실명한 비탄 속에 알뜰한 시중을 받는 것은 애무를 받는 것과 같다. 그런 그에게 무엇이 부족하겠는가? 아무것도 없다. 사랑을 얻은 이상 광명을 잃은 게 아니다. 더욱이 그것이 어떤 사랑이었던가! 덕에서 우러나온 완전한 사랑이다. 확신이 있는 곳에 실명은 없다. 영혼은 영혼을 더듬어 구하고 찾아낸다. 그렇게 찾아내어 꽉 움켜잡은 그영혼은 하나의 여성이다. 그대를 받쳐 주는 하나의 손, 그것은 그녀의 손이다. 그대의 이마에 닿는 입술, 그것은 그녀의 입술이다. 예찬에서 연민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모든 느낌을 그대 자신이 소유한다. 결코 혼자 있게 되는 일이 없다. 저 가냘픈 정다움은 언제나 어루만진다. 그 꺾이지 않는 하나의 갈대가 그대를 부축한다. 신의 섭리를 느끼고, 신을 포옹한다. 그것은 살갗에 느껴지는 신이다. 아, 참으로 크나큰 희열이다! 그 마음은, 보이지 않는 그 신성한 꽃은 신비 속에 피어난다. 그것은 어떠한 빛과도 바꿀 수 없는 그림자이다. 


*


 인간의 영혼이 만일 눈에 보인다면 인간 각 개인은 모두 어떤 동물과 닮았다는 기묘한 현상을 사람들은 또렷이 알 수 있을 것이며, 참새에서 독수리에 이르기까지 또는 돼지에서 호랑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이 인간 안에 존재한다는 진리, 저 사상가들이 어렵게 발견한 진리를 우리는 쉽사리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몇 종류의 동물이  한 인간 안에 모두 존재하는 일조차 있다.

 동물은 우리들의 미덕과 악덕의 표상이며, 우리 눈 앞에 떠도는 영혼의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신은 우리를 반성시키기 위해 그것들을 우리에게 나타내 보인다. 다만 동물은 환영에 지나지 않으므로, 하느님은 그 분의 완전한 뜻 안에서 그것들을 교육하게끔 만들어 놓지 않았다. 교육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와 달리 우리의 영혼은 현실이며, 그 자체에 교육의 목적이 있으므로 하느님은 우리의 영혼에게 지성을 주었다. 곧 교육이 가능하게 했다. 사회교육이 훌륭하게 이루어진다면 어떤 영혼도 스스로에게서 유익한 작용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겉으로 드러난 이 지상 생활의 좁은 견지에서 이야기되는 것이며, 인간이라고 이름붙일 수 없는 존재의 선천적 후천적 성격에 관한 문제에까지 파고 들어가는 고찰은 아니다. 


*


 시민들이여, 우리의 19세기는 위대하지만, 20세기는 행복할 것입니다. 그때에는 낡은 역사를 닮은 것이 더 이상 없을 거입니다. 정복, 침략, 찬탈, 국가들 간의 무력 대결, 어느 왕의 혼인으로 인한 문명의 중단 사태, 세습적 폭정의 탄생, 국제적 협잡에 의한 민족들의 분열, 왕조의 붕괴에 뒤따르는 나라의 분할, 무한의 다리 위에서 마주친 어둠의 두 숫염소처럼 정면으로 부딪히는 두 종교의 싸움질 등, 오늘날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따위 것들이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기아, 착취, 절망에서 비롯된 매춘, 실업으로 인한 극빈 상태, 처형대, 검, 전투, 사건들의 숲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약탈 행위 등을 더 이상 근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거의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사건은 없을 거야.' 모두들 행복해질 것입니다. 벗님들이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각, 제가 그대들에게 말하고 있는 이 순간은 몹시 암울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미래를 얻기 위하여 지불하는 대가입니다. 하나의 혁명이란 통행세입니다. 오! 인류는 해방되고 다시 일으켜 세워져 위안받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바리케이드 위에서 인류에게 그것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희생의 꼭대기에서가 아니면, 어디에서 사랑의 고함을 지르겠습니까? 오, 내 형제들이여, 이곳이 바로 생각하는 이들과 고통 받는 이들의 합류 지점입니다. 이 바리케이드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포석도, 대들보도, 철물도 아닙니다. 이 바리케이드는 두 무더기로 구성되어 있는 바, 그것은 이념의 무더기와 고통의 무더기입니다. 비참함이 이곳에서 이상과 조우합니다. 낮이 이곳에서 밤을 포옹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이제 그대와 함께 죽으리니, 그대 나와 함께 부활하리라!' 


*

 장 발장은 암흑 속에 있었다. 암흑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암흑 속에서 증오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참혹한 현실을 증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언제나 이 어둠 속에서 눈먼 사람처럼, 몽유병자처럼 더듬거리며 살고 있었다. 다만 이따금 분노의 충동이, 고뇌의 폭발이, 그 자신으로부터 또는 외부로부터 마구 그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것은 그의 영혼을 구석구석 비추는 급격하고 희푸른 번개 불빛 같은 것으로, 그의 전후 곳곳에 운명의 음산한 절벽과 암담한 전경을 느닷없이 그 무서운 섬광 속에 나타내 보였다. 

 번개 불빛이 사라지고 다시 어둠이 감싼다. 대체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자신도 이미 그것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