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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5 - 프랑스가 확실히 강하긴 하다.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에서도 조금 우세해 보이지만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모로코도 4강 자격이 충분한 팀임. - 축구를 보려고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춰 놓았고, 밤 11시 정도에 잠들었다. 축구를 보고 난 후 잠을 더 자서 결국 오전 9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이러면 일찍 일어난 보람이 없음.) - 지금 밖에는 눈이 오고 있음. 아마 쌓일 듯함.
I'm here
슬픈 눈 아기는 태어나자 마자 운다. 언젠간 죽는다는 걸 예감하고 있기 때문일까.슬픈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이 세상에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슬퍼보인다. 세상이 슬퍼 보이는 건 슬픈 눈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곳과 저곳 지금 여기에 있다. 무슨 이유 때문에? 왜? 지금 여기에 있고 저기에 없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어느 순간 저기가 있다는 것. 저기 저곳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저곳을 몰랐다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만약 저곳이 수평으로 수직으로 만나는 점들마다 무수히 존재한다면 여전히 저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일 저곳에서 이곳을 바라보게 된다면 어떤 감각적 경험을 하게 될까. 지금 여기에 있다고 느끼는 것은 단지 시간감각과 공간감각에서 발생한 오류 때문은 아닐까. 혹시 이미 저곳에 있지만 이곳에서 저곳을 바라보는 착각에 빠진 건 아닐까.
시간 결혼의 이유는 좋아해서, 사랑해서가 아니라 죽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 같은 고독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다. 타인의 부재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은 결혼이라는 발명품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정말 거의 모든 대부분의 결혼생활이 그렇듯 시간이 흘러 그 사람이 없어도 살만한 상태가 찾아온다. 물론 그때의 결혼은 허울뿐인 울타리에 불과하다.) 삶은 죽음에 대한 저항이다. 인간은 생의 충동과 죽음(파괴)의 충동을 동시에 갖고 있다. 생의 충동은 죽음의 충동보다 겨우 조금 앞선다. 아주 긍정적인 사람의 경우에도 생의 충동의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이 두 개의 충동이 거의 동일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시간이 무한하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인생이..
불안 연휴의 끝. 드문 드문 구름이 낀 흐린 가을 날씨. 방안에 있으면 정신이 이상해 질 것 같아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거리로 나오자 마자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갈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날씨는 안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웠다. 아직 가을을 이야기 하기엔 이른 감이 있었다. 큰길로 나오자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에겐 가야 할 명확한 목표 지점이 있는 것 같았다. 반면 나는 이 짧은 외출 마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길을 나서자 마자 길을 잃은 격이랄까. 이것은 오늘 나의 불안이고 내일 나의 불안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불안이 나를 방에서 끌어낸 것이다. 그러나 형체를 알 수 없는 불안만 느낄 뿐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시각적인 것 사랑은 시각적인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첫눈에 반하는 경우는 있지만 첫소리에, 첫냄새에 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연히 누군가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 시간이 멈춘 듯하고 새로운 세계로의 문이 느닷없이 열린 것처럼 느껴질 때 그것은 순전히 시각적인 작용에 의한 것이다. 오히려 그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 냄새도 나지 않고, 시각적인 이미지 외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 그립다는 감정이 생길 때 제일 먼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그 사람의 얼굴 윤곽, 웃을 때 번지는 미소, 옆모습, 손짓 등 시각 정보가 간직하고 있는 이미지들이다. 눈을 감고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가 있다면 그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
급속한 치유 컨디션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아마 더위 탓도 있을 것이다. 에어컨을 몇 년째 고장(미지근한 바람이 나오는 현상)난 상태로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기에 출근을 했지만 상태는 더욱 악화. 삼십 분 정도를 책상위에 엎드려 있었다. 나는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갑자기 아파졌다가 급속도로 회복되는 경우. 운좋게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그 삼십 분은 치유의 시간이었다. 옅은 잠 속에서 가벼운 꿈도 꾸었다. 일어났더니 한결 개운한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저녁은 굶기로 하고 대신 믹스커피를 연거푸 세 잔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