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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학 나에겐 나쁜 버릇이 있는데 쉽게 자학을 하는 것이 그것이다. 오늘 하루도 셀 수 없이 많은 순간 자학, 자기학대를 일삼았다. 유혹 나에게만 냉혹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신랄하게 비판을 가한다. 자학을 할 땐 너무 모질고 공격적이다. 이렇게 나는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가 됨으로써 스스로 힘든 싸움을 한다. 인생은 힘들다. 전부터 힘들었고 앞으로도 힘들 것이다. 오늘 같은 날은 괜히 더 힘들 게 느껴진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인생. 힘들면 그 힘들어할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그것에 관하여 그것에 관한 얘기를 꺼낼까 한다. 내가 지금 그것이라고 지칭하는 그것은 의자일 수도, 전기 면도기일 수도, 만화, 소설,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그것은 일종의 비밀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것은 무엇이고 그것이 내게 어떤 의미일 지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크고 추상적인 존재라 한 문장이나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다. 물론 억지로 때려 맞춰서 한 단어나 문장으로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것은 진정한 그것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는 그것에 매혹됐고, 살아있는 한 그것의 곁에서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친듯이 그것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할 줄고 알고, 그것의 폐혜도 알고 있다. 세상엔 ..
인생의 언어 하루 중 순간순간 우울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기분이 들 때 꼭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듯이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인정하고 순응하면 그것은 별탈없이 지나가기 마련이다. 언제까지 즐겁지도 않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지 생각해 본다. 아무리 이 일을 지속한다 해도 사십대 초반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다. 그 나이가 되면 누군가 은퇴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일의 특성상 그때가 적당한 은퇴시기가 될 것이다. 그 전에 다른 일, 다른 삶을 찾고 싶다. 똑같은 삶은 너무 지겹다. 생각해 보면 나는 한번도 내 인생지도를 자세하게 그려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나는 왜 허공 속에서만 살았을까. 후회라기 보단 절망의 호소에 가깝다. 지금이라..
0328 이틀 연속 잠을 잘 못잤다. 지금 아주 몽롱한 상태. 갑자기 테티이 뽐뿌가 와서 주말에 직거래 약속을 잡아둔 상태다. 화이트로 했는데 블랙으로 할 걸 그랬나. 에이 그냥 되는대로.
점심 오늘 점심은 직접 만든 짜장면. 야채와 삶은 닭고기를 함께 넣고 볶다가 짜장가루를 뿌려서 소스를 만들었다.(굴소스와 다진 마늘 약간 추가) 이제 면을 삶을 차례. 오늘 선택된 면은 스파게티 면이다. 끓는 물에 면발이 쫄깃해질 때까지 삶다가 건져 올려 채에 걸러 물기를 뺀다. 이제 프라이팬에 면과 소스를 함께 볶는다. 쫄깃한 면발과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소스. 웰빙 볶음짜장 완성.
0312 한 사람의 인생이란 것은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 없다. 한 편으론 허무하다. 우리가 '인생'이란 이미지를 떠올릴 때 그나마 다채롭고 풍요롭게 느껴지는 것은 여러 인생들이 중첩되어 보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생을 하나 하나 떼어 생각해 본다면 휑한 허무함만 남게 될 것이다. 자신감의 결여. 솔직히 요즘 상태가 이렇다. 꽤 긴 시간을 이런 상태 속에 놓여 있는 것 같다. 뭐, 평소에도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은 아니었으니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좀 더 깊은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을 사실이다. 올 초부터 이런 상태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계절은 겨울이 끝나고 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좀 더 따뜻해지면 기분이 괜찮아질까.
0309 무얼 해도 공허하긴 마찬가지다. 산책도, 운동도, 독서도, 영화도 모두 공허한 놀이일 뿐이다. 특히 오후 시간대에 나는 크나큰 공허함을 느낀다. 집안에 쳐박혀 있는 건 더 더욱 싫어한다. 특히 낮시간에. 낮시간엔 무조건 밖으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조여오는 공허함을 피할 순 없다. 공허하다. 공허함이 붙들고 옥죄어 온다. 소비적인 놀이는 언제나 공허함을 불러올 게 뻔하다. 뭔가 생산적인 놀이. 그런 것을 찾아야 한다. 늦어도 이 년 후에는 새로운 직업을 찾을 생각이니까 그것과 관계된 것이면 더욱 좋다. 지금 내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놀이는 과연 무엇일까. 내일은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냥 고교 동창일 뿐이며 연락하며 지낸 사이도 아니다. 그저 우연히 지난 번에 만났을 때 결혼한다는..
0307 너무 단편적인 장면이지만 매표소에서 비교적 젊은 사람들은 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을 선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애초에 를 볼 목적으로 극장에 간 것이었으므로 당연히 신세계를 선택했다. 평일 낮 1시 30분. 극장에서 신세계를 보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채 10명이 되지 않았다. 영화가 시작되자 의자에 푹 파묻힌 채 나는 관람을 시작했다. 영화는 나름대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